제주 카지노서 사라진 145억원 ‘수사중지’ 3년째 실체 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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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카지노 자금 횡령 의혹 사건이 발생한지 3년이 지났지만 사건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압수물 처분도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5일 제주지역 카지노업계에 따르면 랜딩카지노에서 발생한 자금 횡령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중지를 결정하면서 해당 자금이 3년째 금고에 보관 중이다.
해당 사건은 정확히 3년 전인 2021년 1월 5일 랜딩카지노 운영사인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145억 6000만원이 사라졌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당초 경찰은 절도나 횡령 사건으로 판단해 수사에 나섰다. 범행 시점은 신고 1년 전인 2020년 1월로 추정했다. 이어 카지노 금고에서 현금을 빼낸 용의자를 특정하고 추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카지노측이 지목한 중국인의 물품 보관소에서 현금 81억5000만원을 발견했다. 이어 카지노 밖 시설에서 40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용의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압수한 금액은 총 134억원이다. 해당 금액은 모두 현금으로 5만원권 26만8000장이다. 무게만 268kg에 달한다.
경찰은 말레이시아 국적의 카지노업체 임원 A씨와 카지노 에이전트인 중국인 B씨가 공모해 돈을 빼돌린 것으로 봤다. 이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용의자가 모두 해외로 떠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경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리고 범죄인 인도 청구 등 형사사법 공조에 나섰다.
이듬해인 2022년 11월 용의자 중 한 명인 B씨가 두바이에서 자진 입국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B씨는 진술 과정에서 자금 출처는 횡령이 아닌 카지노에서 번 돈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도주를 우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피의자의 주장대로 횡령액이 아닌 B씨 소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경찰은 6개월 가량 수사 인력을 동원해 실체 파악에 나섰지만 명확한 자금 출처를 입증하지 못했다. 검찰도 B씨에 대한 기소를 미루자, 경찰은 2023년 10월 수사중지를 결정했다.
수사가 난항을 겪자, 카지노측은 경찰이 압수한 134억원 중 128억원은 자신들 소유라며 국가를 상대로 ‘수사기관의 압수물 (가)환부에 관한 처분 취소·변경’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랜딩카지노의 모기업인 람정인터내셔널디벨롭먼트가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골든하우스벤쳐리미티드’다. 카지노측은 압수물이 이 업체 소유의 운영자금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법원은 ‘압수물에 대한 소유자와 관련해 다툼이 있고 추가 수사가 필요한 사정 등을 종합하면 검찰이 압수물 환부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경찰의 수사중지와 검찰의 압수물 환부 거부 결정에 따라 134억원은 3년째 금고에 남게 됐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제145조에 따라 압수물은 지정된 금고에 보관해야 한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범죄수익금을 몰수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은 수사가 중지돼 압수물 처분의 근거가 없다.
특정경제범죄법상 50억원 이상의 횡령 범죄는 공소시효가 15년이다. 이후 국고환수에 나설수 있지만 현재 공소시효도 중지돼 134억원에 대한 처분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