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찜질방에서 발견한 인생 반전 머신의 정체.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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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동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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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에 있는 시간보다 게임장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이게 다 몇 달 전 그 황당한 밤 때문이에요.
회사에서 야근 지옥을 겪고 나서 집에 가려는데 지하철이 끊어진 거 있죠?
택시 타기는 아까워서 근처 찜질방으로 향했는데, 아직 새벽 4시라 들어가기엔 애매한 시간이었어요.
그때 찜질방 바로 옆에 있던 작은 게임장이 24시간 운영하는 걸 보고 "여기서 좀 쉬다 가자" 했던 게 화근이었네요.
평소에 게임이라고는 핸드폰으로 하는 간단한 퍼즐 정도만 했던 저라서, 온갖 번쩍거리는 머신들 사이에서 완전 어리둥절했거든요.
그런데 한쪽 구석에 뭔가 년대가 느껴지는 낡은 기계 하나가 덩그러니 있더라고요.
화면 보호필름도 누렇게 변색되고, 사막과 선인장이 그려진 스티커도 반쯤 떨어져 있는 상태였는데...
"이런 골동품이 아직도 돌아가나?" 싶어서 호기심에 천원짜리 넣어봤어요.
그 순간부터가 진짜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웅장한 BGM이 울려 퍼지면서 화면 속에서 말 탄 카우보이가 석양을 배경으로 달려오는 거 있죠?
뭔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이상한 감정이 있었어요.
마치 잃어버린 꿈을 다시 찾은 것 같은?
특히 보너스 라운드에서 서부 마을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총잡이 대결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어요.
그때부터 뭔가 홀린 듯이 계속 코인을 넣게 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날 찜질방비보다 게임비를 더 많이 쓴 것 같네요 ㅠㅠ 그 이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주말마다 서부영화 마라톤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전작 섭렵은 기본이고...
급기야 온라인쇼핑몰에서 진짜 카우보이 부츠까지 질러버렸다니까요?
친구들이 보면 "쟤가 왜 저래?" 할 것 같아서 아직 비밀로 하고 있는데, 조만간 들통날 것 같아요 ㅋㅋ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올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