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맨에서 망나니로 전직한 남자의 충격적인 3주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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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구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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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정말 충격적인 제 변신 스토리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원래 친구들 사이에서 '인간 로봇'이라고 불릴 만큼 규칙적이고 깔끔한 라이프스타일의 신봉자였어요.
아침 6시 기상, 베드메이킹 5분 완료, 세면 후 거울까지 윤이 나게 닦는 게 일상이었거든요.
주변에서는 저를 보고 "넌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냐"며 감탄했죠.
책상 위 물건들은 밀리미터 단위로 배치되어 있고, 옷장 안 옷들은 브랜드별, 색상별로 완벽하게 정렬되어 있었어요.
정리정돈 유튜브 채널을 구독만 12개 해놨고, 수납 용품 쇼핑몰은 즐겨찾기에서 1순위였답니다.
그런데 인생이 정말 예측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사건이 발생했어요.
3주 전쯤 몸살감기가 심하게 와서 침대에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거든요.
평상시라면 아파도 최소한의 정리는 했을 텐데, 그땐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더라고요.
해열제 먹고 잠들고, 깨서 물 마시고 또 잠들고...
이게 4일 반복됐어요.
겨우 컨디션이 회복되어 집 안을 둘러봤을 때의 그 충격이란!
거실 테이블은 티슈와 약봉지로 난장판이고, 침실 바닥엔 벗어던진 옷가지들이 널브러져 있었어요.
"이 정도야 금방 치우지"라고 생각했는데,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 안 된 상태라 "내일 하자" 하고 미뤘어요.
이게 바로 제 몰락의 시작이었습니다.
다음 날도 "좀 더 쉬다가", 그 다음 날도 "주말에 대청소하면 되지" 이런 식으로 계속 연기했거든요.
3주가 지난 지금 제 집을 보시면 과거의 저를 알던 사람들은 기절할 거예요.
부엌 싱크대는 며칠째 설거지가 쌓여있고, 화장실 세면대는...
말하고 싶지도 않네요.
그런데 이상한 게 뭔지 아세요?
예상외로 스트레스가 확 줄었어요.
"아, 이것도 정리해야지" "저것도 치워야지" 하는 강박관념에서 해방되니까 진짜 자유롭더라고요.
매 순간 완벽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라지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현재 제 생활공간 현실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주방 조리대는 각종 양념통과 그릇들이 뒤섞여 있고, 냉장고는 온갖 메모와 영수증 천국이에요.
옷장이 뭐냐고요?
그딴 건 옛날 얘기죠.
지금은 의자가 제 옷장 역할을 하고 있어요.
책상은...
정말 미스터리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뭐가 어디 있는지 저도 몰라요.
그런데 어제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어요.
예전에 제 완벽한 라이프스타일을 롤모델로 삼던 후배가 갑자기 놀러오겠다고 연락한 거예요.
15분 만에 집을 예전 상태로 복구시키려고 발악해봤는데...
진짜 헬파티더라고요.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감조차 안 잡히는 거예요.
결국 "오늘 좀 바빠서..."라며 핑계 대고 만남을 취소시켰습니다.
지금 가장 당황스러운 건 예전에 몸에 배어있던 정리 노하우를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거예요.
과거엔 자동으로 손이 움직였는데 이제는 정말 막막해요.
"큰 거부터 치우자"고 다짐해도 뭐가 큰 건지 작은 건지 판단이 서지 않고, "카테고리별로 분류하자"고 해도 이미 너무 엉망이라 분류 불가능이에요.
제일 웃긴 건 예전에 정리 못하는 사람들 보면서 "저런 쉬운 것도 못하나?"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제가 정말 밉다는 거예요.
휴대폰에 저장된 과거 집 사진들 보면 진짜 다른 차원의 공간 같아요.
"정말 내가 저런 곳에서 살았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혹시 저같이 완벽주의에서 방만주의로 급전환하신 분 계세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비법이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지금도 발밑에서 뭔가 바스락거리는데 그게 뭔지 확인하기가 무서워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