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광에서 먼지요정으로 화려하게 등급 다운한 한 달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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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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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어떻게 '인간 청소기'에서 '걸어 다니는 재난 현장'으로 변신했는지 그 놀라운 여정을 공유해보려고 해요.
저 같은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원래 저는 주변에서 '정리의 신'이라고 불렸어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침구부터 완벽하게 정돈하고, 화장실 타일까지 반짝반짝 닦는 게 제 아침 루틴이었거든요.
친구들은 저희 집에 올 때마다 "여기 진짜 사람이 사나?"라며 신기해했죠.
모든 물건에는 지정석이 있었고, 서랍 안까지 칸막이로 나누어서 볼펜 하나까지 제자리에 있어야 직성이 풀�렸어요.
미니멀 라이프 블로그는 매일 체크했고, 정리 관련 앱만 5개나 깔아놓고 살았답니다.
그러던 제게 인생 최대의 변곡점이 찾아왔어요.
한 달 전쯤 독감에 걸려서 말 그대로 시체가 되었거든요.
평소 같으면 아무리 아파도 기본적인 질서는 유지했을 텐데, 그때는 정말 의식을 잃을 만큼 심했어요.
약 먹고 쓰러지고, 깨어나서 죽 한 숟가락 떠먹고 다시 기절하고...
이런 날들이 거의 일주일 지속됐어요.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본 순간의 그 절망감이란!
거실은 마치 폭탄이 터진 것 같았고, 부엌 싱크대는 온갖 그릇들이 탑을 쌓고 있었어요.
"이 정도쯤이야 후다닥 치우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몸이 완전히 낫지 않아서 "내일부터 시작하자"고 미뤘어요.
이게 바로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습니다.
그 다음 날에도 "좀 더 회복하고 나서", 또 그 다음 날에도 "주말에 몰아서 하지 뭐" 하면서 계속 뒤로 밀었거든요.
한 달이 지난 현재 제 집 상황을 보면 과거를 아는 사람들은 쓰러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주방 싱크대는 일주일째 설거지 산이 쌓여있고, 욕실 거울은...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상태예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뭔가 알겠어요?
생각보다 마음이 엄청 편해졌다는 거예요.
"이것도 정리해야 하는데" "저것도 치워야 하는데" 하는 끊임없는 부담감에서 벗어나니까 진짜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매 분마다 완벽한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해방되니까 오히려 자유로워졌어요.
지금 제 주거환경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공개하자면...
부엌 싱크대는 온갖 조리도구와 그릇들의 대혼돈 상태고, 냉장고 문은 각종 배달 전단지와 영수증으로 도배되어 있어요.
옷장이요?
그런 고급스러운 개념은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의자 한 개가 제 전체 의류 보관소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책상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그 공간은...
정말 신비로운 영역으로 변모했습니다.
뭐가 어디 묻혀있는지 제가 봐도 미스터리예요.
그런데 어제 정말 아찔한 순간이 있었어요.
예전부터 제 완벽한 라이프를 존경해서 따라 하려고 했던 동생이 갑자기 집에 온다고 연락한 거예요.
10분 안에 집을 옛날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시도해봤는데...
정말 지옥 같더라고요.
어느 부분부터 손을 대야 할지 완전히 감을 못 잡겠는 거예요.
결국 "갑자기 일이 생겨서..."라고 둘러대며 만남을 연기시켰어요.
지금 제일 당황스러운 건 예전에 자연스럽게 몸에 밴 정리 스킬들이 완전히 증발해버렸다는 거예요.
과거에는 무의식적으로 손이 움직였는데 지금은 정말 막막하기만 해요.
"일단 큰 것부터 정리하자"고 마음먹어도 뭐가 우선순위인지 모르겠고, "종류별로 나누자"고 해도 이미 너무 뒤섞여서 분류 자체가 불가능해요.
가장 황당한 건 예전에 정리 못하는 사람들 보면서 "저런 기본적인 것도 어떻게 못 하지?"라고 속으로 생각했던 과거의 제가 너무 얄미워요.
핸드폰 갤러리에 남아있는 예전 집 사진들을 보면 진짜 다른 행성 같아요.
"정말 제가 저기서 살았던 거 맞나?" 싶을 정도로요.
혹시 저처럼 완벽주의에서 자유방임주의로 급변신한 분 있나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특급 비법 있으시면 좀 전수해 주세요...
지금도 발가락에 뭔가 미끄러운 게 닿는데 그게 뭔지 확인할 용기가 안 나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