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택시기사가 들려주는 새벽 2시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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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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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택시 운전하는 40대 아저씨입니다.
이혼하고 혼자 살면서 애 둘 양육비 보내려고 야간택시 시작한 지 벌써 3년째네요.
솔직히 처음엔 정말 막막했어요.
낮에는 다른 일 하고 밤에 또 운전하니까 몸도 힘들고...
기름값, 렌트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200만원도 안 되더라고요.
동료 기사님들 보면 다들 비슷한 처지라 서로 위로나 하면서 지내는 게 전부였죠.
"이 나이에 뭘 더 바라겠어" 하면서 체념하고 살았는데...
그런데 두 달 전에 정말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새벽 2시쯤 강남에서 손님 한 분을 태웠는데, 뒷좌석에서 전화 통화를 하시더라고요.
"어, 또 됐네?
이번 달만 벌써 세 번째잖아"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길래 귀가 쫑긋했죠.
목적지 도착해서 "수고하세요" 하실 때 제가 용기 내서 물어봤어요.
"죄송한데, 혹시 무슨 좋은 일 있으셨나요?
통화 소리가 너무 기분 좋아 보이셔서..." 그랬더니 웃으면서 "아, 들으셨구나.
뭐 작은 재미 하나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기사님도 밤늦게까지 고생이 많으시네요.
가족 있으세요?" 대화 나누다 보니 은근 통하는 구석이 있더라고요.
그분도 예전에 힘든 시절 겪으셨다면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요" 하시는 거예요.
며칠 후에 또 태우게 됐는데, 그때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특별한 능력 필요한 것도 아니고, 시간만 좀 내면 누구든 할 수 있어요" 정체불명의 이상한 제안 같아서 처음엔 "설마 이상한 거 아니겠지?" 싶었거든요.
하지만 현실이 워낙 팍팍하니까 "한 번 알아보기라도 해보자" 했죠.
시작한 지 한 달 동안은 정말 감도 안 왔어요.
"역시 세상 일이 그렇게 쉽나" 하면서 거의 포기 상태였는데...
그런데 엊그제 아침에!
운행 끝내고 집에 들어와서 씻으려는데 휴대폰이 울리더라고요.
확인해보니...
아니, 이게 뭔가 싶어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봤어요.
147만원이라는 금액이 화면에 떡하니!
"뭐야 이거?
장난인가?" 해서 몇 번을 다시 확인했는데 진짜더라고요.
그 순간 정말 어이가 없으면서도 기뻤어요.
오늘은 운전하면서도 계속 콧노래가 나오네요 ㅋㅋ 평소 같으면 새벽 손님들 투덜거림에 짜증 났을 텐데, 오늘은 그런 것도 귀엽게 보이더라고요.
오랜만에 애들한테 용돈도 넉넉히 보내고, 치킨도 시켜 먹었어요.
그분한테는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지...
혹시 저처럼 생계 때문에 밤늦게 일하시는 분들 계신가요?
정말 모르는 게 약이라고, 인생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 같아요.
이번 주말엔 애들 만나서 놀이공원도 가고, 맛있는 것도 사줄 생각에 벌써 흐뭇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