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였던 내가 지저분함의 신세계를 발견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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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계열쓰레기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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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충격적인 인생 전환점에 대해 털어놓으려고 해요.
저는 그 누구보다 완벽한 생활을 추구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군대식으로 정돈하고, 세면대 물기까지 닦아내는 그런 타입이었거든요.
친구들 사이에서는 '살균맨', '정리여신' 이런 별명으로 불릴 정도였어요.
수납함마다 라벨 프린터로 찍어낸 스티커가 붙어있고, 양말까지 색깔별로 분류해서 돌돌 말아놓는 그런 인간이었습니다.
정리 관련 앱만 7개 깔아놨고, 미니멀 라이프 책자는 서점에서 나오는 족족 사서 읽었어요.
그런데 운명의 그날이 왔습니다.
지난달 말 독감에 걸려서 사흘 동안 꼼짝 못하고 누워있었는데, 그 사이에 집이...
어떻게 변했는지 아세요?
열 내리는 약 먹고 겨우 일어났는데 거실이 완전 다른 세상이더라고요.
테이블 위에는 빈 컵들이 8개나 쌓여있고, 소파 위엔 담요와 베개가 뒤엉켜 있었어요.
보통 같으면 바로 달려들어서 정리했을 텐데, 그때는 몸이 너무 약해서 "나중에..." 하고 넘어갔어요.
이게 제 인생 최대의 전환점이었습니다.
그 다음날도 "아직 몸이 안 좋으니까", 그 다음날도 "주말에 몰아서 하지 뭐" 이렇게 미루다 보니까...
2주가 지났을 때 집 안 풍경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화장실 세면대에는 칫솔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주방 싱크대엔 설거지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더라고요.
그런데 말이죠, 이상하게도 스트레스가 줄어들었어요.
"어?
이게 뭐지?" 싶을 정도로 마음이 편해졌거든요.
매 순간 "이거 제자리에 놔야지", "저것도 치워야지" 하는 강박이 사라지니까 진짜 자유로워진 기분이었어요.
현재 제 집 상황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면...
싱크대 옆 조리대는 온갖 조미료와 그릇들이 난장판이고, 냉장고 문에는 영수증이며 메모지가 덕지덕지 붙어있어요.
옷장?
그런 거 없어요.
옷들은 의자 등받이에 걸려있거나 바닥에 폴더 형태로 쌓여있습니다.
가장 압권인 건 작업 데스크인데, 뭐가 어디 있는지 전혀 파악이 안 되는 상태예요.
그런데 충격적인 사건이 어제 벌어졌어요.
예전에 제 완벽한 생활 습관을 부러워하던 선배가 갑자기 집에 들르겠다고 연락을 준 거예요.
급하게 20분 안에 집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려고 시도해봤는데...
완전 헬게이트더라고요.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감이 전혀 안 잡히는 거예요.
결국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라고 둘러대며 만남을 피했습니다.
지금 제가 가장 당황스러운 건 뭔지 아세요?
정리하는 스킬을 완전히 까먹었다는 거예요.
전에는 보자마자 손이 저절로 움직였는데 이젠 진짜 막막합니다.
"큰 것부터 정리하자"고 마음먹어도 큰 것과 작은 것의 기준이 헷갈리고, "종류별로 모아놓자"고 해도 이미 너무 복잡해져서 분류 자체가 불가능해요.
가장 아이러니한 건 예전에 정리 못하는 사람들 보면서 "저렇게 간단한 걸 왜 못할까?" 생각했던 과거의 제가 너무 밉다는 거예요.
핸드폰 갤러리에 저장된 예전 집 사진들 보면 정말 남의 집 같아요.
"진짜 내가 저기서 살았나?" 싶을 정도로요.
혹시 저와 비슷한 경험 하신 분들 있나요?
완벽주의에서 자유분방주의로 갑자기 전환된 분들 말이에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을까요?
정말 절실합니다...
지금도 뭔가 발에 밟히는데 그게 뭔지 확인할 용기가 안 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