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병 환자에서 쓰레기집 주인으로 진화한 역대급 스토리
작성자 정보
-
코롱코롱
작성
- 작성일
본문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 지금 제 인생에서 가장 신기한 변화를 겪고 있어서 이야기 안 하고는 못 배기겠더라고요.
혹시 주변에 병적으로 깔끔떠는 사람 있으신가요?
바로 한 달 전까지의 저였습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침대 시트 구김 하나까지 펴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어요.
세면대 물때 제거는 기본이고, 서랍장 안에 있는 립밤까지 브랜드별로 정렬해서 보관하는 게 제 일상이었거든요.
친구들이 놀러와서 "너 진짜 강박증 아니야?"라고 할 정도로 모든 게 완벽하게 정돈된 공간에서 살았죠.
정리정돈 유튜브는 구독자 1순위였고, 수납용품 쇼핑몰은 즐겨찾기 맨 위에 고정되어 있었어요.
그런 제게 운명의 독감이 찾아온 건 정확히 4주 전이었습니다.
그냥 감기가 아니라 진짜 생사를 오가는 수준이었어요.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어서 하루 종일 침대에서 반시체 상태로 지냈거든요.
물 한 모금 마시고 기절하고, 해열제 먹고 또 기절하고...
이런 식으로 거의 열흘을 버텼어요.
완전히 회복된 후 집안을 본 순간의 그 충격이란!
테이블 위에는 각종 약봉지와 빈 컵들이 난민촌을 이루고 있었고, 바닥에는 벗어둔 옷가지들이 예술작품처럼 널브러져 있더라고요.
"에이, 이 정도야 금방 치우지" 했는데 몸이 아직 덜 나아서 "좀 더 쉬다가 하자"고 생각했던 게 함정이었어요.
이게 바로 제 운명을 바꾼 결정적 순간이었습니다.
그 다음날엔 "컨디션이 완전해야 제대로 정리하지", 또 다음날엔 "어차피 주말에 대청소 할 건데 뭘" 하면서 자꾸 미뤘거든요.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과거의 저를 아는 분들은 기절초풍할 수도 있어요.
싱크대엔 2주차 설거지가 에베레스트를 만들어가고 있고, 화장실은...
말하기도 부끄러운 지경이에요.
그런데 이상한 게 뭐냐면요?
마음이 진짜 평온해졌다는 거예요!
"아 저것도 정리해야 되는데" "이것도 치워야 하는데" 하는 끝없는 강박에서 해방되니까 숨이 트이는 기분이더라고요.
1초마다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라지니까 정신적으로 엄청 자유로워진 느낌이에요.
현재 제 거주공간의 실상을 가감없이 공개해드리면...
주방은 각종 냄비와 접시들의 무법천지가 되었고, 냉장고는 온갖 메모지와 쿠폰으로 벽지를 바꾼 상태예요.
옷장이요?
그런 문명적인 시설은 이미 추억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침대 옆 의자 하나가 전 재산을 떠받들고 있어요.
작업공간이라 불렀던 그곳은...
진정한 미지의 세계가 됐습니다.
뭐가 어디 숨어있는지 저도 모르는 신세계예요.
그런데 어제 정말 아찔했던 게, 예전에 제 완벽한 라이프스타일을 워너비로 생각하던 후배가 갑자기 집에 놀러온다고 한 거예요.
15분 만에 옛날 상태로 복구시켜보려고 발악했는데...
정말 헬 오브 헬이더라고요.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완전 멘붕이 오는 거예요.
결국 "급하게 외출해야 해서..."라고 거짓말하고 약속을 취소했어요.
지금 제일 멘탈 나가는 건 예전에 자동으로 작동하던 정리 본능이 완전히 삭제됐다는 거예요.
과거엔 무의식적으로 손이 움직였는데 지금은 정말 막막하기만 하거든요.
"큰 거부터 치우자" 해도 뭐가 우선순위인지 감이 안 오고, "카테고리별로 분류하자" 해도 이미 카오스 상태라 불가능해요.
제일 어이없는 건 예전에 정리 못하는 사람들 보면서 "저런 쉬운 것도 왜 못하지?"라고 무시했던 과거의 제가 너무 밉다는 거예요.
스마트폰 사진첩에 저장된 예전 집 모습들을 보면 정말 외계 행성 같아요.
"진짜 제가 저기서 생활했던 게 맞나?" 할 정도로요.
혹시 저처럼 극강 완벽주의에서 방목형 라이프로 급전환하신 분 계신가요?
다시 인간다운 생활로 복귀하는 꿀팁 있으시면 제발 좀 알려주세요...
아까도 발밑에 정체불명의 끈적한 뭔가가 있는데 정체를 확인할 용기가 안 생겨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