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자가 엄마 게임에 빠진 찐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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꿔바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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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감기 때문에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진료 대기가 엄청 길었어요.
코로나 이후로 예약제라고 해놨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기다려야 하는 게 현실이더라고요.
옆자리에서 50대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폰을 보면서 계속 "아이고, 또 못 깼네" 하고 중얼거리시는 거예요.
처음엔 카톡이나 보시나 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알록달록한 구슬들을 줄 세워서 터뜨리는 퍼즐게임을 하고 계시더라구요.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분이 저 눈치채고 "아유, 이거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어요.
우리 아들이 깔아줬는데 이제는 제가 더 잘해요" 하면서 웃으시더라구요.
"머리 아플 때 이런 거 하면 금세 개운해져요.
젊은 분도 한 번 해보세요!" 라고 추천까지 해주시는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아, 어르신들이 하시는 단순한 게임이구나'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집에 와서 심심해서 앱스토어에서 비슷한 걸 찾아서 설치해봤는데...
이거 완전 함정이었어요.
진짜 중독성이 장난 아니더라구요?
똑같은 색 구슬 3개만 맞춰서 없애면 되는 단순한 룰인데, 막상 해보니까 머릿속이 완전 비워져요.
평소에 "내일 프레젠테이션 어떻게 하지", "이번 달 카드값 어떡하지" 같은 온갖 걱정거리들이 머릿속을 맴돌았거든요.
그런데 이 게임 할 때만큼은 진짜 아무 생각이 안 나요.
오직 빨간색 구슬 어디에 놓을지, 콤보를 어떻게 만들지만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요즘은 출퇴근길에 웹툰 보던 시간에 이거 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한 게임씩 해요.
신기한 게 예전에는 누가 화나게 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는데, 요즘은 금세 털고 일어나게 되더라구요.
여자친구가 "요즘 너 성격 좋아졌다"고 하고, 회사 동료들도 제가 예전보다 차분해졌다고 해요.
게임으로 힐링한다고 하면 좀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명상 앱이나 심리상담보다 훨씬 효과 있는 것 같아서 여기 올려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