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이 갑자기 게임 고수가 된 진짜 이유.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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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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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동거인이랑 같이 살면서 제일 우월감 느낄 때가 언제였는지 아냐?
바로 게임할 때였어 ㅋㅋㅋ 발로란트 듀오 돌릴 때마다 얘는 항상 바닥을 기어다니고, 나는 킬뎃에서 압도적 1위를 찍었거든?
"형 게임 재능이 없는 것 같은데?" "마우스 바꿔봐도 안 될듯" 이런 식으로 살짝살짝 디스했는데...
그런데 말이야.
한 달 전부터 뭔가 이상한 징조들이 보이기 시작했어.
랭크 게임 들어갈 때마다 쟤가 MVP 따고, 나는 팀에서 발만 담그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는 거야.
처음엔 "오늘 운빨 좋네 ㅋㅋ" 했는데, 이게 계속 반복되니까 진짜 당황스럽더라.
일주일...
보름...
한 달...
아무리 봐도 이건 실력이 늘었다기보다는 뭔가 다른 비밀이 있을 것 같았어.
"야 너 혹시 대리 시켜?" "아니면 핵 쓰는 거 아니야?" 이렇게 추궁해봐도 "그냥 감이 좋아졌나봐요 히히" 하면서 애매하게 웃어넘기기만 하는 거지.
참다못해 어제 걔가 외출한 사이에 방 문을 열어봤는데...
어??
뭔가 완전히 달라져 있더라고?
예전에는 작은 마우스패드에 마우스 DPI 엄청 높여놓고 손목만 팔딱팔딱 움직이면서 게임했던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책상 반 이상을 덮는 초대형 마우스패드가 깔려있고, 마우스도 완전 다른 모델로 바뀌어있는 거야.
"이거 언제 샀냐?
왜 몰래 바꾼 거야?" 그제서야 진실을 고백하더라고.
내가 맨날 게임 실력으로 놀리니까 열받아서 인터넷으로 프로게이머 가이드 영상들 찾아보기 시작했다는 거야.
거기서 알게 된 게 마우스 세팅의 중요성이었다고.
하이DPI로 손목만 사용하면 정밀한 컨트롤에 한계가 있고, 로우DPI로 팔 전체를 사용해야 안정적인 조준이 가능하다나 뭐라나.
그래서 마우스 감도 확 내리고, 대형 마우스패드 구입해서 한 달 넘게 몰래 트레이닝하고 있었던 거였어.
"한번 체험해볼래?
처음엔 진짜 헬인데..." 궁금해서 시도해봤는데 헉...
이게 뭔 고문이야 ㅋㅋㅋ 180도 돌리려면 팔이 부러질 것 같고, 적 맞추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더라.
"최소 한 달은 각오해.
그 시기만 버티면 완전 새로운 경험할 수 있어." 동거인 조언대로 지금 3주째 도전 중인데, 놀랍게도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특히 장거리 교전에서 크로스헤어 떨림이 현저히 줄어들고, 손목 피로도도 많이 개선됐고.
아직 100% 적응은 못했지만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야.
하이센스에만 익숙한 사람들아, 정말 로우센스 시도해봐.
적응 과정은 지옥이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게임 자체가 업그레이드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