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한테 게임 배웠다가 스승을 뛰어넘어버린 아빠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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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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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평생 게임이란 걸 손에 댄 적 없던 44세 직장인 아저씨입니다.
요즘 제가 겪고 있는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이렇게 글 올려봅니다.
사건의 발단은 작년 가을쯤이었어요.
고1인 딸이 매일매일 폰만 붙잡고 있길래 "공부는 안 하고 뭐 하냐"고 잔소리를 했더니 "아빠는 요즘 트렌드도 모르고 세대차이 너무 심해" 라면서 대차게 무시당했거든요.
그래서 뭘 그렇게 재밌어하나 싶어서 "나도 한번 해보자" 했죠.
딸이 "아빠같은 꼰대가 뭘 알아"라고 비웃으면서 게임 깔아줬는데...
이게 문제의 시작이었네요 ㅎㅎ 처음엔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구요.
버튼이 어디있는지, 뭘 눌러야 하는지...
그런데 딸이 옆에서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아빠 생각보다 잘하네?" 하더니 첫 뽑기에서 레전드리가 터진 거예요.
"헐 대박!
아빠 손 완전 금손이야!" 하면서 딸이 더 신나하더라구요.
그때부터 묘하게 재밌어지기 시작했어요.
원래 저는 뭘 하든 파고드는 스타일인데, 이것도 마찬가지였죠.
유튜브로 공략 영상 찾아보고, 온라인 카페 가입해서 정보 수집하고...
출근길에 일일퀘스트 깨고, 회사 점심시간에 이벤트 참여하고, 퇴근 후엔 길드활동까지.
어느새 딸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ㅋㅋㅋ "처음이니까 조금만 써보자" 했던 게 벌써 몇 달째 매달 50만원씩 들어가고 있네요.
아내한테는 "회사 선배들이랑 술약속이 많아졌다"고 핑계 대고 있고요.
진짜 웃긴 건 며칠 전 일인데, 딸이 "아빠 나 이거 못 뽑겠어, 도와줘"라고 하더라구요.
2주 동안 모은 다이아로 신규캐 뽑기 하는데 계속 꽝만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내가 해볼게" 했더니 한 방에 픽업 캐릭터가 나와버린 거예요 ㅠㅠ 딸이 완전 멘탈 나가서 "아빠는 왜 이렇게 잘해!" 하면서 짜증내더라구요 ㅎㅎ 근데 이제 상황이 조금 복잡해졌어요.
아내가 제 변화를 눈치채기 시작한 거 같거든요.
"요새 폰을 왜 이렇게 들여다봐요?" "게임이 그렇게 중독성이 있나봐요?" "우리 딸한테 진 게 그렇게 자존심 상했어요?" 이런 식으로 떠보는 말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어젯밤에는 제 폰에서 "길드전 시작!" 알림이 울렸는데 아내가 "그게 뭐예요?" 하면서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더라구요.
"아...
그냥 뉴스 알림이야" 라고 대충 넘겼지만 영 찜찜해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이게 맞나 싶긴 해요.
이 나이에 게임 때문에 밤잠 설치고, 회사에서도 틈틈이 접속하고...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재밌는 걸 왜 이제야 알았나 싶기도 하고요.
혹시 저처럼 뒤늦게 게임에 입문하신 분들 계신가요?
가족들 몰래 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나은 건지...
조언 좀 구해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