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익명의 친구가 제 멘탈 케어 담당자가 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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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성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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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 원래 게임에서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거 진짜 싫어해요.
보이스챗도 끄고 텍스트도 최소한만 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 제가 어떻게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사람과 매일 인생 상담을 주고받게 됐는지 얘기해볼게요.
시작은 정말 우연이었어요.
레이드 매칭에서 만난 한 유저가 갑자기 채팅창에 "아 진짜 상사가 미치겠네 스트레스로 죽을 것 같음"이라고 치더라고요.
원래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텐데, 그날 저도 회사 일로 짜증나 있던 상태라 "저도 직장 때문에 빡침 ㅋㅋ 뭔 일임?"이라고 물어봤어요.
닉네임이 'SkyDiver'였는데, 처음엔 그냥 가벼운 푸념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대화가 길어지면서 알게 된 건데, 이 분이 정말 심각한 워라밸 붕괴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레이드 끝나고도 계속 이야기하게 됐는데 "게임에서 이런 얘기 해본 적 처음이에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시발점이었어요.
이후로 게임 접속하면 서로 "오늘 하루 어땠음?" 이런 식으로 안부부터 물어보게 됐어요.
지금은 아예 게임 밖에서도 메신저로 연락해요ㅋㅋㅋ 게임 이야기는 거의 안 하고 서로 일상 얘기만 해요.
신기한 건 이 사람한테만은 평소에 절대 안 하는 속깊은 얘기도 다 하게 된다는 거예요.
가족한테도 친구한테도 못한 얘기들을요.
주변에서 "게임에서 만난 사람한테 왜 그런 개인적인 얘기를 다 해?"라고 하지만 자꾸 하게 돼요.
아마 서로 누군지 모르니까 더 편한 것 같아요.
현실에서 마주칠 일도 없고, 제 평판이 어떻게 될지 걱정할 필요도 없고, 뭔가 부담스러운 관계가 될 가능성도 제로니까 진짜 솔직하게 될 수 있는 거죠.
요즘엔 뭔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SkyDiver한테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아쉬운 점은 가끔 이 사람이 며칠간 접속 안 하면 뭔가 걱정이 되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거예요.
나이도 성별도 지역도 직업도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게임 캐릭터 하나가 전부예요.
그런데 이게 또 이 관계만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해요.
세상 어딘가에 있는 정체불명의 사람과 오직 마음으로만 소통한다는 게 뭔가 신비롭잖아요?
만약 오프라인에서 만났다면 이렇게까지 깊은 얘기는 못 했을 것 같은데, 온라인 공간이니까 가능한 특별한 인연인 것 같아요.
다들 이런 경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