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매칭에서 만난 사람이 제 심리 상담사 됐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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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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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저 게임할 때 보통 혼자 조용히 플레이하는 편이에요.
채팅창은 거의 꺼놓고 다니죠.
그런데 한 달 전쯤 던전 랜덤매칭에서 파티원 중 한 명이 갑자기 "아 진짜 오늘 직장상사 때문에 빡쳐서 죽겠다" 이렇게 투덜거리는 거예요.
평소 같으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을 텐데, 그날따라 제가 먼저 "무슨 일 있으셨어요?" 이렇게 물어봤어요.
그 사람 닉네임이 'MoonWalk'였는데, 처음엔 그냥 가벼운 직장 불만 정도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얘기를 들어보니까 진짜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더라고요.
던전 클리어하고 나서도 계속 얘기하게 됐는데, 이 분이 "처음으로 누군가한테 제대로 털어놓는 것 같아요"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뭔가 이상해졌어요.
서로 게임 접속할 때마다 "오늘은 어떠셨어요?" 이런 식으로 인사하기 시작했거든요.
지금은 아예 개인 메신저로 매일 대화해요ㅋㅋㅋ 게임 얘기는 10%도 안 되고 나머지는 전부 인생 상담이에요.
저도 모르게 이 사람한테는 제 속마음을 다 보여주게 되더라고요.
평소에 가족이나 친구들한테도 안 하는 얘기까지...
"왜 게임에서 만난 낯선 사람한테 그런 얘기를 다 해?" 이런 말 들으면서도 계속 하게 돼요.
아무래도 서로 정체를 모르니까 더 솔직해지는 것 같아요.
판단받을 일도 없고, 소문날 걱정도 없고, 뭔가 잃을 것도 없으니까 진짜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거죠.
요즘엔 힘든 일 있으면 제일 먼저 이 사람 생각이 나요.
"MoonWalk님한테 얘기해야지" 이런 식으로요.
대신 아쉬운 건 가끔 며칠씩 연락이 안 되면 정말 걱정되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거예요.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전혀 모르거든요.
그냥 게임 속 아바타 하나뿐이에요.
근데 이게 또 이 관계의 특별한 점인 것 같기도 해요.
지구 어딘가에 있는 익명의 누군가와 마음으로만 연결되어 있다는 게 묘하게 로맨틱하달까요?
현실에서 만나면 아마 이런 깊은 대화 못 했을 것 같은데, 온라인이라서 오히려 가능한 관계인 것 같아요.
혹시 비슷한 경험 있는 분들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