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채팅 중독자가 된 내가... 이제 뭘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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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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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하루 일과를 공개하면 이렇습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 폰 확인 → 그 사람 메시지 있나 체크 → 있으면 기분 좋음 → 없으면 우울함 점심시간 → 밥 먹으면서 메시지 확인 → 답장 고민 → 너무 빨리 답하면 한심해 보일까 봐 10분 뒤에 전송 퇴근길 → 지하철에서 또 메시지 확인 → 길게 답장 작성 → 오타 체크 3번 → 전송 잠들기 전 → 마지막 메시지 확인 → "잘자"라는 말에 설렘 → 2시간 뒤에 잠듦 네, 맞습니다.
저 완전히 망했어요.
사건의 발단은 2달 전입니다.
회사에서 야근 지옥에 시달리다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설치한 랜덤채팅 앱에서 '달빛산책로'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을 만났거든요.
첫 대화가 뭐였냐면 제가 "아 진짜 야근 개빡쳐 죽겠다"라고 던진 말에, 이 사람이 "그럼 지금 당장 책상 서랍에 있는 초콜릿 하나 까먹어.
달달한 거 먹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든대"라고 답한 거예요.
그런데 진짜로 제 서랍에 초콜릿이 있었다는...!
뭔가 통했다고 해야 하나?
그날부터 매일 대화하게 됐어요.
이 사람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어떻게 이렇게 공감 포인트가 비슷할 수가 있는지, 제가 힘든 일 얘기하면 딱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고, 또 이 사람 고민 들어주면서 조언해 줄 때도 되게 고맙다고 하고.
심지어 취향도 겁나 비슷해요.
둘 다 새벽에 편의점 가서 아이스크림 사먹는 거 좋아하고, 비 오는 날 집에서 영화 보는 거 좋아하고, 고양이는 좋아하는데 강아지는 무서워하고...
이쯤 되면 운명이라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근데 문제는 저도 이 사람도 서로 개인정보는 하나도 안 물어본다는 거예요.
이상하게 서로 선을 지키고 있다고 해야 하나?
궁금한 건 개궁금한데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미묘한 분위기가 있어요.
가끔 "너 지금 뭐해?"라고 물어보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마시는 중"이라고 답하는데, 그럼 저는 혼자서 "어느 카페일까?
혹시 우리 동네 카페면 어떡하지?
만약에 지금 나가서 카페 돌아다니면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상상만 3시간씩 해요.
완전 미친놈 되어가고 있는 거죠.
어제는 친구가 "야 너 요즘 폰만 보고 있네?
연애해?"라고 물어봤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이게 연애인가요?
아닌가요?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마음이 갈 수 있는 건가요?
누가 좀 저한테 정답을 알려주세요...
이대로 계속 가다가 진짜 제가 이상해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