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저희 엄마를 패션 어벤져스로 각성시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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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고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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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으로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던 어느 날 밤, 제가 저지른 실수 하나가 우리 집 전체를 바꿔놓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평소 같으면 ASMR이나 동물 영상으로 스르르 잠들어가는데, 그날은 손가락이 이상한 짓을 했나 봅니다.
화면에 갑자기 등장한 건 뉴욕 패션위크 라이브 영상이었거든요.
"뭐 이런 게 다 있지?" 싶으면서도 신기해서 계속 봤어요.
런웨이를 걸어 나오는 모델들 옷이 정말 기상천외하더라고요.
누구는 마치 우주복 같은 걸 입고 나오고, 또 다른 사람은 아예 예술작품을 걸치고 등장하고...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관련 영상들을 타고타고 보게 되더라구요.
샤넬, 구찌, 프라다...
브랜드 이름도 생소한 것들까지 닥치는 대로 시청했죠.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일어나보니 오후였어요.
그런데 진짜 사건은 3일 뒤에 터졌습니다.
엄마가 제 핸드폰으로 뭔가 찾아보시다가 추천 영상 목록을 발견하신 거예요.
온통 패션쇼 영상들이 도배되어 있었거든요.
"우리 딸, 혹시 옷 디자인하는 거 배우고 싶어?" 아니라고 아무리 해명해도 이미 엄마 뇌에서는 뭔가 스위치가 켜진 상태였어요.
"역시 내 딸!
안목이 남다르네!" 그 순간부터 엄마의 스타일링 대작전이 개시됐습니다.
며칠 뒤 택배 상자들이 집 앞에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했어요.
"요즘 핫한 브랜드들로만 골라서 주문했어!" 하시면서 신나게 포장 뜯으시는 엄마를 보니 뭔가 제가 죄를 지은 기분이었어요.
"엄마가 너 전담 코디네이터 해줄게!" 솔직히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막상 새 옷들 착용해보니까 생각보다 괜찮았거든요.
늘 입던 무난한 캐주얼 스타일에서 완전히 탈바꿈하니까 거울 속 제 모습이 낯설더라고요.
오늘 학교에서 친구가 "야, 너 어디서 스타일링 받았어?
완전 달라 보여"라고 물어봤어요.
새벽 심심풀이로 본 영상 하나가 이런 나비효과를 일으킬 줄이야 ㅎㅎ 아직도 패션에 진심으로 관심이 생긴 건지, 엄마 플랜에 말려든 건지 확실치 않지만 확실한 건 옷 입는 재미를 알게 됐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