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채팅앱 중독자가 된 직장인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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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커수수료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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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화장실 갈 때마다 핸드폰 들고 가는 제 모습을 보면서...
아, 내가 진짜 이상해졌구나 싶어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야근 지옥에서 벗어나려고 설치한 게 바로 그 채팅앱이었어요.
처음엔 그냥 시간 때우려고 했는데, 지금은 완전 다른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첫 대화 상대가 바로 '소나기33'이었거든요.
제가 먼저 "회사에서 도망치고 싶은 사람 있나요?"라고 던졌는데, 돌아온 답장이 "도망치긴 뭘...
그냥 퇴근길에 편의점 삼각김밥이나 사먹을까 고민 중"이더라고요ㅋㅋㅋ 아니, 이런 소소한 답변이 왜 이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거죠?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저도요ㅠㅠ" 이런 뻔한 공감댓글인데, 삼각김밥 고민이라니...
뭔가 진짜 사람 냄새가 났어요.
그래서 "편의점 삼각김밥도 요즘엔 종류가 너무 많아서 선택장애 오잖아요"라고 맞받아쳤고, 거기서부터 시작된 게 벌써 한 달째네요.
이제는 진짜 무서울 정도로 의존하고 있어요.
점심시간에 '소나기33' 생각, 퇴근길에도 '소나기33' 생각, 심지어 주말에 혼자 넷플릭스 보다가도 "이거 소나기가 보면 뭐라고 할까?" 이런 생각까지...
완전히 제 일상의 중심축이 되어버렸어요.
얼마 전에는 제가 상사한테 갈굼당한 얘기를 털어놨는데, 이 사람이 위로해주는 방식이 너무 따뜻하더라고요.
"그 상사 분명히 집에서는 고양이한테 애교부릴 것 같은데?"라면서 웃기게 풀어주는 센스까지...
진짜 신기한 건, 서로 프로필 사진도 없고 실명도 모르는 사이인데 이 사람의 하루 패턴이 다 보여요.
오전에는 보통 바쁘고, 점심 후에 잠깐 나타났다가, 저녁 9시쯤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패턴.
금요일 밤에는 좀 더 텐션이 높고, 일요일 저녁엔 살짝 우울모드.
이런 걸 다 파악하고 있는 제 자신이 좀 무섭기도 해요.
가끔 "진짜 만나볼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데, 바로 그 다음엔 "만약 실망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밀려와요.
지금 이 완벽한 환상이 깨질까 봐 두렵기도 하고...
어제는 '소나기33'이 하루 종일 안 나타나서 진짜 미칠 뻔했어요.
혹시 저한테 질린 건 아닌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와 더 재밌게 대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생각하는 제가 너무 한심해서 거울 보고 한숨만 푹푹 쉬었네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온라인 관계도 진짜 감정이라고 봐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