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삶의 신봉자가 손게임 하나 때문에 멘탈 붕괴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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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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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 어이가 없어서 글 올려봅니다.
저는 그동안 제 자신이 꽤나 자제력 있는 어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루 일과를 분 단위로 관리하고, 가계부 쓰는 것도 10년째 빼먹은 적 없고, 새해 계획 세우면 12월까지 꼬박꼬박 지키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친구들이 "너는 정말 기계같다"라고 놀릴 정도로 규칙적으로 살았고요.
술 마셔도 딱 적당히, 쇼핑할 때도 예산 정해놓고, 유튜브 봐도 시간 정해서 보는 스타일.
"충동적인 소비는 인생의 독"이라며 주변 사람들한테 훈수두던 제가 말이에요...
그런데 이 모든 철학이 완전 박살났습니다.
시발점은 정말 사소했어요.
지하철에서 옆자리 대학생이 뭔가 엄청 집중하면서 하는 게임을 힐끔 봤는데, 화려한 이펙트가 터지더라고요.
집에 와서 심심해서 "이런 게 뭔가" 싶어서 앱스토어에서 검색해봤죠.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으로 설치했어요.
캐릭터들이 예쁘게 그려져 있길래 "요즘 그래픽이 좋아졌네"하면서 가볍게 터치 몇 번...
그런데 이게 웬걸?
뽑기에서 반짝반짝한 게 나오는 순간, 뇌에서 뭔가 확 터지는 느낌이었어요.
"어?
이거 중독성 있는데?"라고 생각한 게 첫 번째 실수였습니다.
지금 상황이 어떻냐면, 밤 12시에 스태미나 충전 알림 때문에 잠에서 깨요.
화장실에서 볼일 보면서도 자동사냥 체크하고 있고요.
가장 참담했던 건 어제였어요.
마트에서 장보는데 갑자기 푸시알림이 왔어요.
"한정 이벤트 30분 남음!" 그래서 우유코너에서 폰 꺼내서 접속했는데, 뒤에서 애 엄마가 "저 아저씨 뭐해?"하는 소리가...
돌아보니까 꼬마가 제 폰 화면 보고 "엄마, 저 아저씨가 공주님 뽑기 해!"라고 소리치더라고요.
그 순간 현타가 확 왔어요.
35살 직장인이 마트에서 가챠 돌리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까 진짜 한심했거든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이벤트를 놓칠 수가 없었다는 거예요.
리미티드 캐릭터였다고요...
이제는 점심시간마다 회사 화장실 칸막이에 숨어서 길드전 참여하고 있어요.
동료가 "요즘 화장실 자주 가네?"라고 물어보면 "배가 좀..."이라고 대답하는 제가 한심해요.
이번 달 신용카드 고지서 보고는 아내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여보, 이 결제 내역들이 뭐야?
300만원이 뭔데?"라고 물어보면 "그게...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지금 이 글 쓰고 있는 중에도 게임 생각이 나요.
출석 보상 받아야 하는데...
진짜 이거 어떻게 끊어야 할까요?
동지분들 도움의 손길 좀 뻗어주세요 ㅠㅠ 삭제하자니 지금까지 키운 캐릭터들이 아까워 죽겠고, 계속하자니 통장 잔고가 텅장이 될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