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게임 가르쳐달라더니 내가 게임폐인 되어버린 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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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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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맘 43살입니다.
남들 보기에는 그냥 흔한 워킹맘이었는데...
지금은 뭐가 됐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사연은 이래요.
저희 아들(중3)이 몇 달 전부터 계속 징징거리는 거예요.
"엄마는 내가 뭐하는지 전혀 모르잖아.
게임 얘기하면 무조건 그만하라고만 하고." "다른 엄마들은 자기 애들 게임도 이해해주는데 엄마만 꼰대 같다고." 듣고 보니 좀 서운하더라고요?
제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까 대화 자체가 안 되는 거였어요.
그래서 "좋아, 엄마한테 게임 가르쳐봐.
이해해보려고 노력할게." 했더니 아이가 막 좋아하면서 옆에 앉히고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엄마, 이게 RPG고 이건 캐릭터고 이렇게 하는 거야." 처음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이 작은 화면에서 뭘 하는 거야?" 수준이었거든요.
그런데 아들이 워낙 열심히 알려주니까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요.
"엄마 혼자서도 해봐" 하길래 아들 계정으로 간단한 퀘스트 몇 개 해봤는데...
어?
이거 의외로 재밌네?
단순한 게 아니라 전략도 세워야 하고 계획도 짜야 하고.
그때부터였나봐요.
아들이 학교 간 사이에 몰래 켜서 만져보게 됐어요.
"공부하려니까 집중이 안 된다"는 핑계로요 ^^; 한 달쯤 지나니까 아들보다 제가 더 자주 하고 있는 상황이 됐어요.
심지어 제 계정도 따로 만들었어요.
아들 몰래요.
이제는 아들이 "엄마 요즘 게임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냐?"라고 걱정할 정도라니까요 ㅠㅠ 출근하면서도 지하철에서 접속하고, 점심시간에도 켜보고, 밤에 아들 자면 새벽까지 하고 있어요.
남편은 "요즘 아들이랑 공통 관심사가 생겨서 좋네"라고 순진하게 좋아하는데...
실상은 제가 아들보다 더 심각한 중독자가 되어버린 거죠 ㅋㅋㅋ 어제는 길드원들이 저보고 "누님 실력 진짜 늘었다"고 칭찬해주는데 왜 이렇게 뿌듯한 건지...
아들이 "엄마 이제 게임 이해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할 때마다 양심이 찔려요.
이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빠져살고 있는데 말이에요.
혹시 저처럼 아이 핑계로 시작했다가 본인이 더 심각해진 분 계세요?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아니 수습을 해야 하긴 한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ㅋㅋㅋ